(6) AI, 막을 것인가 풀 것인가 — 회사가 내리는 단 하나의 결정

이 시리즈를 다섯 편 쓰는 동안, 나는 계속 직원 이야기를 했다. 신입이 시니어를 추월하고, 5-10년차가 도태되고, 다시 시니어가 되고, 새 일자리가 생기고. 전부 일하는 사람 입장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건 한 사람의 결정에서 시작된다. 회사가 직원에게 AI를 풀어줄 것인가, 막을 것인가.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

그래서 마지막 편은 그 사람에게 쓴다.

두 회사 이야기

1편에서 두 종류의 회사 이야기를 했다. 다시 꺼내자.

A 회사는 직원에게 ChatGPT Pro도, Claude Max도 안 준다. “보안 위험이 있다.” “검증이 안 됐다.” “아직 이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개인 계정으로 몰래 쓰거나, 아예 안 쓴다.

B 회사는 풀어준다. 매달 직원 한 명당 10만원어치 토큰을 쓰게 둔다. 사고도 난다. 누가 고객 정보를 잘못 넣고, 누가 틀린 답을 그대로 보고서에 박는다. 그래서 B 회사는 검수자를 두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거버넌스를 세운다.

1년 뒤, 두 회사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다.

1년 뒤 두 회사 비교

A 회사는 안전했다. 사고가 없었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B 회사 직원들은 AI로 일하는 법을 몸으로 익혔다. 워크플로를 설계하고, AI 결과를 검수하고,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이 회사 안에 생겼다. A 회사엔 아직 한 명도 없다.

막는 게 더 위험한 시대

예전엔 안 하는 게 안전했다. 새 도구는 검증하고, 사고를 막고, 천천히 도입하는 게 정석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안 하는 게 가장 큰 리스크가 됐다.

마차에서 자동차로 넘어갈 때를 생각해보자. 자동차가 위험하다고 마차만 고집한 마부는 안전했을까. 1~2년은 안전했다. 그리고 도태됐다. 위험을 피한 게 아니라, 더 큰 위험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 거다.

종이에서 컴퓨터로 넘어갈 때도 똑같았다. “우린 아직 종이로 충분하다”던 회사들은 사고는 안 났다. 대신 사라졌다.

AI도 같은 자리에 있다. 막아서 생기는 사고는 눈에 안 보인다. 직원이 안 떠나고, 데이터가 안 새고, 평온하다. 그런데 그 평온한 1년 동안, 푼 회사는 다음 10년을 살 근육을 키운다. 막은 회사는 그 근육이 0이다.

그럼 무작정 풀면 되나

아니다. 그냥 풀어주는 건 푸는 게 아니라 방치다.

2026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농담이 아니다. CEO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위반 시 매출의 일정 비율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AI에 고객 데이터를 함부로 넣었다가는 회사가 휘청한다. 그래서 푸는 데도 설계가 필요하다.

제대로 푼다는 건 이런 거다. 도구를 주고, 동시에 선을 긋는다.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뭘 넣으면 안 되는지, 누가 검수하는지. 사고가 날 걸 알고, 그 사고를 관리할 사람을 같이 키운다.

막느냐 푸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막을 것인가, 설계해서 풀 것인가의 문제다. 안 하는 건 선택지가 아니다.

결정하는 사람에게

이 결정은 위임이 안 된다. 실무자가 “AI 도입하시죠”라고 올려도, 결국 풀지 막을지는 결정권자가 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다른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막는 결정은 쉽다. 아무것도 안 바뀌고, 당장 사고도 없고, 아무도 뭐라 안 한다. 풀어주는 결정은 어렵다. 돈이 들고, 사고가 나고, 관리할 게 늘어난다.

그런데 10년 뒤에 살아남는 건, 그 어려운 결정을 내린 회사다.

마부도 운전을 배운 마부만 운전사가 됐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AI를 푼 회사만 다음 시대의 회사가 된다.

당신의 회사는 지금 어느 쪽인가. 그리고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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