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가장 불안했던 사람은 마부였다.
평생 말을 몰던 사람이다. 말을 다루는 법, 길을 아는 법, 손님을 모시는 법. 그게 전부였는데 그게 통째로 쓸모없어지게 생겼다. “이제 뭐 먹고 사나.”
그런데 그 다음에 벌어진 일은, 마부가 상상도 못한 거였다.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운전사, 정비공, 주유소 직원, 운전강사, 자동차 영업사원, 도로 설계자, 신호등 관리자. 마차 시대엔 존재하지도 않던 직업들이 우르르 생겼다.
마부 일은 사라진 게 아니다. 위로 올라가고 옆으로 번졌다. 단지 그 순간엔 안 보였을 뿐이다. 새 일자리는 아직 이름이 없었으니까.
지금 5-10년차가 보는 풍경이 딱 이거다
AI가 내 일의 80%를 0.5초에 한다. 그래서 불안하다. “이제 뭐 하지.”
마부랑 똑같은 위치다. 그리고 마부 이야기의 결말도 똑같이 흘러간다. 새 일자리는 이미 생기고 있다. 단지 아직 이름이 안 붙어서 안 보일 뿐이다.
매일 10만원어치 토큰을 쓰면서, AI를 깊게 푼 회사들에서 이미 생겨나고 있는 자리들을 봤다. 아직 채용 공고엔 이런 직함이 없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5-10년차다. 왜냐면 이 일들은 신입이 못 하니까.
하나. AI 워크플로 설계자
팀에서 다섯 명이 각자 AI를 쓴다. 다섯 명 다 따로 논다. 한 명은 잘 쓰고, 한 명은 헤매고, 나머지는 대충 쓴다.
이걸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 사람이 필요하다. “이 업무는 이 도구로, 이렇게.” 팀의 AI 사용법을 설계하고 표준으로 만든다. 마차로 치면 도로를 까는 사람이다.
신입은 못 한다. 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서 막히는지 모르니까. 5-10년차만 안다.
둘. AI 검수자 — “이거 진짜 맞아?”를 판단하는 사람
AI는 빠르다. 그리고 틀려도 자신만만하다.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1초 만에 내놓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거 진짜 맞아?”를 판단해야 한다. AI 결과물을 보고 어디가 위험한지, 어디가 틀렸는지, 어디를 믿으면 안 되는지 짚어내는 일. 이건 경험이 있어야 한다. 틀린 걸 틀렸다고 알아보는 눈은 10년이 만든다.
마차로 치면 정비공이다. 차는 누구나 몰지만, 뭐가 고장났는지는 아무나 못 본다.
셋. AI 통역사 — 결과를 비즈니스 언어로 옮기는 사람
AI가 분석을 내놨다. 100줄짜리 리포트. 근데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데?
AI 결과를 “우리 회사한테 이게 무슨 뜻인지”로 번역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숫자를 결정으로, 분석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건 회사 맥락을 알아야 가능하다. AI는 회사 사정을 모르니까.
마차로 치면 길을 아는 운전사다. 차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사람이 정한다.
넷. AI 거버넌스 —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 정하는 사람
AI를 풀어주면 곧 질문이 쏟아진다. 고객 정보 넣어도 되나? 이 결과 그대로 외부에 보내도 되나? 이거 법적으로 괜찮나?
누군가는 선을 그어야 한다. 어디까지 써도 되고, 어디부터 위험한지. 회사를 지키면서 동시에 막지는 않는 균형. 2026년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해지면서 이 자리는 점점 더 중요해진다.
마차로 치면 신호등과 교통법규를 만드는 사람이다. 차가 많아질수록 더 필요해진다.
이 네 자리의 공통점
새로 생기는 AI 일자리는 전부 “AI를 잘 쓰는 일”이 아니라 “AI 위에서 판단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경험에서 나온다. 5-10년차의 정확한 자리다.
네 자리 다 신입은 못 한다. 회사를 모르고, 경험이 없고, 뭐가 위험한지 모르니까. 임원도 안 맞는다. 디테일을 모르니까.
딱 5-10년차의 자리다. 도메인을 알고, AI도 직접 만져봤고,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 그게 정확히 5-10년차다.
마부가 운전사가 된 것처럼, 5-10년차는 AI를 모는 사람이 된다. 단,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마부도 운전을 배운 마부만 운전사가 됐으니까.
새 일자리는 이미 생기고 있다. 안 보이는 건, 아직 채용 공고에 이름이 안 올라와서다.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그 이름을 갖는다.
→ 다음 글에서는 이 자리들로 옮겨가려면 지금 뭘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첫걸음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