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함을 견디는 게 능력이 되는 시대

요즘 일하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자꾸 생긴다.

AI한테 일을 시켜놓고, 기다린다. 코드를 짜는 동안, 문서를 정리하는 동안, 자료를 뒤지는 동안. 예전 같으면 내가 몇 시간 붙잡고 있을 일을, 이제는 옆에서 구경한다.

그러다 깨달았다. AI가 좋아질수록, 내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기다리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이게 묘하다. 일을 빨리 끝내려고 AI를 쓰는데, 정작 나는 점점 더 한가해진다. 그리고 그 한가함이, 생각보다 견디기 어렵다.

옛날 사람들은 손으로 다 했다. 바빴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지금 우리는 점점 지시하고, 기다리고, 검토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진짜 노동은 줄고, 기다림은 는다.

그래서 요즘 진지하게 생각한다. AI가 일하는 동안 인간은 뭘 하고 있어야 하나?

커피를 마시거나, 멍을 때리거나, 다른 일을 벌이거나. 근데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 능력의 문제가 되어간다. 기다리는 동안 무너지지 않는 사람과, 5분을 못 견디고 결국 자기가 다시 손대버리는 사람. 1년 뒤 둘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을 거다.

AI가 다 해주는 시대에, 인간의 새 경쟁력은 ‘기다림을 견디는 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오토로 돌릴 게임을 찾는다. AI가 일하는 동안 손은 놀지만 머리는 안 무너지게 해줄, 가벼운 무언가. 농담 같지만 진심이다.

지루함을 잘 견디는 게, 다음 10년의 의외의 스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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