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토큰 10만원씩 쓰면 회사에서 생기는 일 (2)

6개월.

AI를 풀어준 회사에서, 신입이 시니어를 추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운 좋은 신입 한 명 케이스겠지” 했다. 두 번째 회사에서 같은 모양을 봤을 땐 “공교롭게 두 번이네” 했다. 세 번째부턴 무시 못 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패턴이다. 그리고 우리가 본 지난 10년간의 어떤 회사 문법보다도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AI 풀어준 회사 안에서도,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생긴다

(1)편에서 AI 풀어준 회사 vs 막은 회사를 봤다. 한 단계 더 깊이 들어가보면 한 가지가 보인다.

AI를 풀어줬다고 모두가 똑같이 강해지지 않는다. 같은 도구를 손에 쥐어도, 그걸 자기 일에 진짜로 녹인 사람과, 도구로 옆에 두기만 한 사람이 갈린다.

그리고 그 격차가 — 직급, 연차, 학력, 회사 평판 — 모든 기존 변수를 압도한다.


시니어 A vs 주니어 B

시니어 A — 5년차, AI를 습관에 못 녹임

매일 ChatGPT를 켜긴 한다. 가끔. 단답 검색용으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거 AI로 어떻게 풀까” 라는 질문이 자기 워크플로의 출발점이 되진 못한다. 본인이 5년에 걸쳐 쌓은 “이런 일은 이렇게 처리한다” 라는 패턴이 너무 단단해서, 거기에 AI가 끼어들 자리가 잘 안 생긴다.

지난주에 어떤 결정 내릴 때도 “AI한테 물어볼까” 가 자기 머릿속에 안 떠올랐다. 다 끝내고 나서 동료가 “클로드한테 물어봤으면 30분이면 끝났을 것 같은데요” 하길래 처음 알았다.

주니어 B — 6개월차, AI 네이티브

일을 받는 순간 가장 먼저 하는 게 “이거 AI로 어떻게 풀까” 다. 일을 하면서 클로드와 네 시간씩 대화하고, GPT로 검증하고, Cursor로 실행한다. 자기 자신의 사고를 AI와의 대화 속에서 일으킨다.

5년치 도메인 지식이 자기에게 없는 거 잘 안다. 근데 그게 더 이상 5년치만큼의 비대칭 자산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AI에게 묻는 법을 익혔으니까.


왜 이런 일이 가능한가

5년 시니어의 진짜 가치는 “어떤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의 누적된 패턴 인식이었다. 회사 입장에서 시니어가 비싸지는 이유다.

그 패턴 인식의 80%를, 좋은 AI는 0.5초 안에 호출한다.

이건 시니어의 가치가 0이라는 게 아니다 — 어떤 문제는 여전히 5년 경험만이 풀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에서 시니어의 비대칭 우위가 깎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깎인 우위 위에서, AI 네이티브 주니어가 자기 학습 곡선을 빠르게 그린다. 일주일에 다섯 번의 새 워크플로를 발견하고, 자기 능력의 지렛대를 점점 길게 한다.

복리는 양쪽에서 일어난다. 시니어가 “이거 그냥 손으로 하지 뭐” 하는 매주마다, 주니어는 새 도구 세 개를 익힌다. 6개월 후 격차는 단순한 “AI를 더 잘 쓴다” 가 아니다. “애초에 다른 모양의 일하는 사람” 이 된다.


그래서 조직에 뭐가 생기는가

성과 평가가 어색해진다. 6개월 차 주니어 한 명의 결과물이 5년 차 시니어 두세 명의 결과물과 같아진다. 평가자는 “근데 이 주니어 직급이 낮으니까…” 라고 망설이다, 한 분기 두 분기 지나면 결국 직급 자체를 흔든다.

승진 기준도 흔들린다. 연차가 아니라 임팩트가 다시 한 번 진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결국 — AI에 적응 못 한 5-10년 차 시니어가 가장 어려운 자리에 놓인다. 신입보다 비싸고, AI 빠른 신입보다 느리고, AI 본격 도입을 결정할 만큼의 결정권은 또 없다.


결론

매일 10만원을 토큰에 쓰면서 가장 자주 본 풍경은 이거다.

AI 풀어준 회사에서, 직급은 더 이상 능력의 대용물이 아니다.

5년 시니어가 더 잘한다는 가정. 신입이 시니어보다 느리다는 가정. 모든 기본값이 무너진다. AI를 누가 자기 일에 녹였는가 라는 단 하나의 변수가 직급보다 강해진다.

이 변화는 멈출 수 없다. AI 막은 회사에선 “우리 회사에선 시니어가 여전히 시니어다” 라고 잠깐 안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 회사는 (1)편에서 봤듯 — 다음 10년에서 자기를 도태시키는 중이다.


이 시리즈는 매일 토큰 10만원씩 쓰면서 본 것들을 정리한다. 다음 (3)편에서는 — AI 풀어준 회사에서 가장 빨리 도태되는 직급은 어디인가. 그 패턴과 6단계.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