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원.
내가 매월 AI에 쓰는 돈이다. 매일로 환산하면 10만원. 점심 열 끼 값이다.
처음엔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게 본다 — 이 돈을 쓰면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게 너무 명확해서, 이 시리즈로 정기적으로 풀어내기로 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한 가지.
매일 10만원, 이런 데에 쓴다
ChatGPT Pro, Claude Max, Cursor 풀티어, Anthropic API + OpenAI API, Replicate, Genspark, 이미지·음성·음악·영상 툴까지. 합치면 월 300만원은 그냥 넘어간다.
이건 써본다가 아니라 살아본다에 가깝다. 매일 클로드와 회의하고, 매시간 코드를 짜고,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가장 먼저 묻는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AI인 삶.
이 정도 깊이로 들어가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두 종류의 회사가 있다
요즘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빠르게 감이 온다. 본인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막힌 회사
직원이 클로드를 한 번 써보겠다고 보안팀에 신청서를 낸다. “검토 중”이라는 답이 두 달째 돌아오지 않는다. ChatGPT는 무료 버전 한 명당 한 계정, 그것도 “민감 정보 입력 금지”라는 한 줄짜리 가이드라인과 함께 던져준다. 누군가 새로운 AI 도구를 시도해보자고 제안하면 팀장이 묻는다. “그거 회사에 진짜 필요한 거 맞아?”
이런 회사에서 직원은 점심시간에 자기 폰으로 GPT를 켠다. 회사 노트북에 띄우면 안 될 것 같아서.
풀어준 회사
팀 단위로 Claude Max가 깔려 있다. API 키는 필요한 사람에게 법인카드로 결제해서 푼다. 새 도구를 발견하면 슬랙 채널에 자랑하듯이 노하우를 공유한다. “이 워크플로 진짜 미쳤어요” 같은 메시지가 매주 올라온다. 누군가 자기 일을 80% 줄였다는 사례가 일주일에 두세 번 나온다.
이런 회사에서는 신입이 시니어보다 어떤 일은 더 빠르다. AI를 누가 더 잘 다루느냐가 새로운 능력의 축이 됐기 때문이다.
격차는 매일 벌어진다
이 두 부류 회사의 차이는 사람 머릿수가 아니다. 매출도 아니다. 업계 평판도 아니다.
누가 자기 직원에게 좋은 AI를 자유롭게 풀어주느냐 — 그것 하나다.
그리고 그 격차는 매일 벌어진다. 풀어준 쪽의 직원은 매일 새로운 워크플로를 발견하고, 시도하고, 동료에게 공유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의 학습 곡선이 회사 안에 쌓인다. 한 달이면 스무 번, 일 년이면 수백 번.
막힌 쪽의 직원은 그동안 ChatGPT 무료 버전에서 “한도에 도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본다.
복리다. 그것도 무지막지한 복리.
3개월이면 회의 시간 차이가 보인다. 6개월이면 결과물 차이가 보인다. 1년이면 사람의 차이가 보인다. 3년이면 회사의 차이가 보인다.
그래서 결론
매일 10만원을 토큰에 쓰면서 내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문장은 이거다.
직원의 AI 사용을 제한하는 회사는, 그 결정을 내리는 순간 다음 10년에서 자기를 도태시킨다.
이건 의견이 아니다. 매일 10만원어치를 쓰면서 두 부류의 회사를 동시에 관찰한 결론이다.
보안이 걱정이면 거버넌스를 짜면 된다. 비용이 걱정이면 그 비용보다 큰 생산성을 측정하면 된다. 둘 다 답이 있다. 어렵지도 않다.
하지만 그냥 막는 것 — 이건 회사의 미래를 자기 손으로 닫는 일이다.
오래된 회사가 사라지는 데 10년이 걸리지 않는다. 안에서 천천히 굳어 가는 게 먼저 보일 뿐이다.
이 시리즈는 매일 토큰 10만원씩 쓰면서 본 것들을 정리한다. 다음 회 (2)에서는 — AI 풀어준 회사에서 신입이 시니어를 추월하는 패턴, 그리고 그게 조직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